친일파 민영은 후손들, 청주중 앞 도로 등 도심 12필지 반환소송
'친일행각 이전 취득' 이유 환수 대상서 제외…청주시 1심서 패소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전창해 기자 =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3·1운동 이후 100년 가까이 흘렀지만 청주에서는 아직도 친일 잔재가 걷히지 않고 있다.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 토지 소유권을 놓고 청주시가 친일파 후손들과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청주시가 항소심에서도 패해 친일파 후손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면 이 토지를 점용하는 도심 도로 곳곳이 파헤쳐질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내 '노른자위 땅'…환수 대상에서 빠져 = 28일 청주시에 따르면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이 낸 '도로 철거 및 인도 등 청구 소송' 항소심이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민영은은 숨진 일왕 부부를 기리는 메이지 신궁 건립비를 모으는 봉찬회 조선지부 충북도 위원을 지냈고 항일운동을 막기 위한 청주자체회 회장, 총독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낸 대표적인 친일파다.
이런 민영은의 후손이 소유권을 행사하려는 토지는 모두 12필지, 1천894.8㎡에 달한다. 필지당 3.3㎡에서 많게는 709.8㎡ 규모다.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중앙초등학교, 서문대교, 성안길, 상당공원 인근에 있는 이들 '알짜배기' 토지에는 현재 도로가 개설돼 있다.
민영은의 후손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들 토지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가 규정한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고 환수 대상은 1904년 러·일 전쟁 직전부터 해방(1945년) 전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었다.
그러나 친일재산조사위는 논란이 되는 12필지의 토지에 대해 '민영은이 일제가 준 직위를 갖기 이전에 취득한 것이어서 환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토지는 민영은이 1914년에서 1920년 사이에 취득한 땅이다. 민영은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일하기 시작한 1924년 이전 취득한 재산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민영은이 1905년 6월 충주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활동했고,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친일활동을 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해왔다.
일제의 재정 침탈이나 식민지적 토지 소유관계 확립에 나섰던 민영은의 친일 행적이 확인되는 만큼 친일재산 조사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친일재산조사위뿐만 아니라 1심을 담당한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패소 확정 땐 도심 도로 곳곳 파헤쳐질 수도 = 법정 싸움 과정에서 청주시는 국고 환수 대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가 일정 기간 이들 토지를 점유해왔던 만큼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설령 이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민씨 일가가 청주시에 토지를 기부했으며, 사용 수익도 포기한 만큼 이들 토지 소유권은 이미 청주시에 있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주시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 판결이 최종심에서도 확정되면 청주시는 민영은 후손 소유의 땅에 깔린 도로를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넘겨야 한다.
민영은 후손들이 토지 인도와 함께 도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청주시가 무단 점용한 데 따른 부당이득금 2억3천100여만원과 토지 인도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매달 17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청주시가 끝내 패소한다면 시내 곳곳의 도로는 난장판이 될 수 있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청주시는 지난해 12월 2일 1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청주시는 민영은이 사망 때까지 자신 명의의 토지에 대한 지세(地貰)를 받지 않는 등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그러나 청주시가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승소를 장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기존 도로를 철거하는 것은 공공복리나 공익에 어긋난다"며 "승소하기 어렵다면 민영은 후손들로부터 해당 토지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상당산성 친일재산 환수 시민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경태 전 청주시의원은 친일재산조사위 활동이 어정쩡하게 끝난 결과 친일파 후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친일재산 조사위 활동이 오히려 친일파 후손들에게 일종의 저항 기회를 만들어준 꼴"이라며 "'조상 땅 찾기'의 최고 수혜자가 친일파 후손이라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개탄했다.
그는 "친일재산 환수는 과거 청산이자 미래를 위한 책무란 점에서 과거보다 활동범위를 넓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사위 재구성에 정부와 정치권이 눈을 돌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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